“HR 컨설팅은 원래 그런 거야?”하며 외부 컨설팅을 받아 본 지인이 묻습니다.
“왜? 어땠는데?” 하고 되묻자, 고가의 비용과 함께 진행 과정에서의 트러블, 결과의 불만족스러움에 대해 얘기합니다. ‘나도 컨설턴트인데...’라는 생각이 들며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혼자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컨설팅은 원래 그런 걸까?’
HR 컨설팅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컨설팅’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주는 이미지 또는 편견이 있는 듯 합니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실제 업무를 하면서 컨설팅을 받아 본 실무자들이 느끼는 불만족스러운 경험들이 있습니다.
이런 컨설팅을 요리 레시피에 비유해 볼까요.
누군가 지금까지 그냥 대충 배를 채우기 위해 요리를 해왔으나, 이제 뭔가 제대로 요리를 해보고 싶어서 자신에게 맞는 레시피를 원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유명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셰프, 식품영양 관련 이론가, 요리 연구가 등 전문가 팀이 의뢰인의 체형, 식습관, 취향, 성격 등을 분석하여 맞춤형 제안을 합니다. 개인 적합도와 계절 및 상황에 따른 메뉴, 건강을 고려한 재료, 영양소 및 칼로리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레시피 북의 수준과 완성도도 높아 활용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격은 절망입니다.
이제 레시피를 활용할 시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우선 제안한 재료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흔히 구하기 어려운 것도 많고 비싼 재료들도 많습니다. 또한 레시피대로 하려면 각종 요리기구들이 필요한데 없는 것이 많습니다. 하다 보니 결과물은 영 별로 입 니다. 아.. 나는 보기 좋은 레시피를 원한 것인가, 요리를 위한 레시피를 원한 것인가.
요리는 망치면 다시 하면 되지만, 회사와 직원들에게 영향을 주는 HR 컨설팅이 그렇게 된다면 매우 곤란합니다. 따라서,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도 우리 조직의 현재 상황에서 접근 가능한 방법과 대안, 효율적인 방법과 해결책의 제시, 단순하고 명확한 내용으로 추후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고 따라가기 쉬운 결과물, 실무 담당자의 현실적인 고민과 피드백이 담겨있는 실행 중심의 컨설팅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컨설팅(특히 HR 컨설팅)에 대한 상식 또는 편견을 다시 생각해 보려 합니다.
1. 컨설팅은 완벽한 결과물이어야 한다?
완벽한 컨설팅은 불가능하며 조금 과장하자면 허구입니다. 컨설팅은 정답이기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2. 컨설팅은 글로벌 또는 일류기업 벤치마킹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옷이 좋아도 몸이나 환경에 맞아야 합니다. HR 컨설팅은 조직 적합성이 중요합니다. 적합한 벤치마킹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맞지도 않는 제도나 시스템을 따라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이론적 근거와 통계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론과 통계는 근본적으로 과거를 다루는 영역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입니다.현재와 같이 급변하고 새로운 것이 날마다 등장하는 시대에서는 과거의 자료를 보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즉, 필요하면 참고만 하면 됩니다.
4. 컨설팅의 결과물은 미래 방향을 결정해 주어야 한다?
대개의 컨설팅 결과물은 현재 시점에서 시행하면 좋을 것 같은 선택지를 제시해 줍니다. 그런데 상황 변수가 바뀌면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컨설팅은 방향을 결정하기보다 미래에 선택지를 변형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5. 컨설팅은 그 퀄리티만큼 고가일 수밖에 없다?
컨설팅 비용이 높다는 것은 그 컨설팅에 투입되는 인력의 인건비,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즉, 원가가 비싸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퀄리티와 얼마만큼의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컨설팅이 수행되는 방식, 컨설턴트가 일하는 현재 프레임을 바꿔본다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컨설팅은 무언가 대단하고 완벽한 정답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컨설팅은 쉽고 편안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HR 컨설팅은 상호작용이어야 하고 컨설턴트와 의뢰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HR 컨설팅은 실무자와 실행 중심적이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컨설팅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시작이자 과정이어야 합니다. 컨설팅은 변화 가능하고 실무자가 상황에 따라 변형할 수 있는 프레임이어야 합니다.
시대가 달라지고 모든 것은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컨설팅이라는 것도 달라지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누구에게나 언제나 열려있는 변화 가능한 방법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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