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성과관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거의 없을 듯하고, 상당수의 리더나 인사담당자들은 HR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에 성과관리를 꼽을 것 같습니다. 조직 체계를 잡기 위한 논의에도 성과관리는 꼭 들어가고, 보상 문제를 얘기할 때도 언급되어야 하며, 조직문화나 조직 경쟁력을 고민할 때도 성과관리가 빠지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또한 흔하게 ‘성과관리’를 이야기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 보면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체 우리가 쉽게 말하는 ‘성과’란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것이며, 왜 성과는 항상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등 궁금한 것들이 떠오릅니다. 쓸모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고민해 보면서 성과관리에 대한 접근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성과란 무엇인가?
성과란 직원이 자신에게 요구되는 일을 수행하고 주어진 책임을 충족시켜 어떤 형태의 산출물로 나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과는 효용, 퀄리티, 효율 등으로 고려될 수 있으며 얼마나 또는 어떻게 조직에 기여하는지를 판단합니다. 쉽게 말해,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HR의 성과관리 측면에서는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는 정도로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 근데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이 ‘성과’ 맞나요? 우리 조직에 필요한 ‘성과’는 무엇인가요?
일단 목표 달성을 위한 성과, 결과만을 위한 성과 등 하나의 과녁을 바라보듯 성과를 보는 시각을 좀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보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성과’를 얘기한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성과가 기여하는 목적지가 고객인지 회사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결과뿐 아니라 과정이나 가치를 더 중시하는 관점에서 정의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에서의 성과란 ‘목표를 달성하는 산출물’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바람직한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라고 정의할 수도 있고, ‘조직의 가치관에 부합하고 비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구체적인 산출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정의든 조직의 ‘성과’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것을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다면 성과관리를 위한 목표 설정이나 평가 등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무엇을 위한 성과여야 하는가?
여러 회사의 성과관리를 살펴보면 회사마다 다릅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경영진이나 HR의 생각과 설정되어 있는 목표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서비스가 회사의 비전이며 목표인데, 설정된 성과 목표는 수치를 달성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입니다. 성과가 무엇을 위한 것이고, 이 성과가 달성되면 어디에 기여하는 것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해야 회사의 비전으로 연결되는 경우, 성과와 비전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내가 하는 일의 성과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명확해질 때 보다 몰입과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조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따라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성과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개별 목표로서 또는 수행하는 개별 업무에서 요구되는 성과가 회사의 경쟁력을 위한 것인지, 고객을 위한 것인지, 개인의 커리어를 위해서인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인지 등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성과는 항상 좋아야만 할까?
다섯 단계의 성과 등급이 있습니다. 상대적 배분에 의해 중간 등급이 다수인 것은 정해져 있고, 최고 상위 등급은 5~10%만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평가제도를 가진 조직에서 평범하게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중간 등급을 받는 것이 왜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능력뿐 아니라 특정 상황까지 잘 맞아떨어져야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만을 인정하는 분위기일까요? 높은 등급을 받는 사람들조차 중간등급으로 떨어질까 봐 왜 불안해하는 걸까요? 왜 성과는 항상 높아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예전부터 궁금했습니다.
경험상 성과는 연속성이 있긴 합니다. 직무 능력은 매년 쉽게 바뀌지 않기도 하고, 직무가 바뀌는 주기도 통상 2~3년은 되고, 능력을 인정받는 후광효과도 일정 기간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정한 이유가 없는 한, 한 번 고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2~3년은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5년 이상 쭉 고성과를 인정받고 이를 조직의 롤 모델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목표 설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는 보다 다른 차원의 직무를 부여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성과는 항상 좋을 수 없는 것이 기본입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라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회사는 성과가 좋은 사람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 왜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바로 성과가 부족한 그 지점에서 개선과 조직 경쟁력의 단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4. 성과는 꼭 관리해야 하는가?
성과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되는 조직이 있습니다. 반대로 성과관리에 공을 들여 강도 높게 해도 효과가 나지 않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럼 성과관리와 실제 비즈니스 성과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요? 정답은 모르겠습니다만, 반대로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다른 관리가 없어도 잘 되는 조직에서 제대로 성과관리를 한다면 더 잘되지 않을까? 성과관리를 해도 효과가 없는 곳에 다른 방식의 성과관리를 해 본다면?
사실 성과관리를 하지 않아도 성과가 잘 나는 조직을 들여다보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을 뿐 성과관리의 요소들이 실제 작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과관리에 회의감을 갖고 있는 조직을 보면 대개는 회사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조직이라면 성과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그것을 얼마나 회사에 맞게 체계적으로 운영하는지의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성과는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잘 관리하듯 말이죠. 특히 조직의 규모가 커서 체계와 절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더욱 필요합니다. 다만,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관, 사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 구성원들이 받아들이는 현실 등에 맞게 운영되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은 성과관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5. 좋은 성과관리란 어떤 것인가?
좋은 성과관리 시스템에는 보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 Communication : 성과관리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 행동과 결과들이 잘 소통되는 것입니다. 조직에서 필요한 성과란 가변적이기도 하고 다양한 접근과 방법이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없이는 최적의 결과가 도출되기 어렵습니다.
- Relationship Building : 내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유기적 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성과 자체 또는 설정한 성과의 수준이나 접근 방법은 변화가 필요한 경우, 이해관계자 간 충돌과 갈등을 유발합니다.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성과가 희생되는 경우는 조직에서 흔하게 나타납니다.
- Provide timely feedback : 최근 성과관리에서 매우 강조되는 피드백, 그중에서도 상시적인 피드백이 강조되는 이유는 빠른 속도와 개선과 결과 확인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시기를 놓친 피드백은 그때 필요한 핵심을 잡아내기 어렵습니다.
- Developing : 성과는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또는 집단의 능력에 따라 조정되고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조정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도,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도 성과는 발전을 촉진하고 시도하도록 관리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밖에도 적절한 모니터링, 측정의 공정성, 보상으로의 연계 등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좋은 성과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프로세스를 잘 만드는 것’을 들겠습니다. 성과관리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개인의 능력과 역량은 워크 그룹과 조직의 역량이 되고 이런 Input이 특정 행동과 업무 수행을 통해 성과라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성과관리란 곧 조직에서 필요한 결과물이 무엇인지 정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자원과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6. 성과관리에 필요한 공정성은 무엇인가?
성과관리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공정성’입니다. 성과관리는 과정으로서 절차적 공정성을 갖추어야 하고, 관계적 정의도 있어야 하며, 결과에 대한 분배적 공정성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변에는 성과 관리의 공정성 이슈에 있어 자유로운 조직이 드문 것 같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공정성’은 주관적인 문제입니다. 아무리 절차적으로 또한 결과적으로 공정하다고 해도 개인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성과관리에서의 공정성 문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제도로 설정된 사항이라든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의 접근은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성과관리에서의 공정성은 개인의 입장과 경험을 고려하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또한 과정으로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너무나 빠르게 모든 것이 변화하는 요즘 성과관리 또한 많은 변화가 모색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성과관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고 과정으로서의 운영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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