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 52시간제의 시행과 더불어 유연 근무(flexible work)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은 이미 시행이 되어 다양한 제도와 정책들이 운영되고 있고, 주 52시간제의 도입을 앞두고 있는 많은 기업들에게는 당면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그 요건과 효과를 정하고 있는 재량근무제, 선택근무제, 탄력근무제, 사업장 밖 간주근무제 외에도 시차출퇴근제, 원격근무제 등 많은 제도들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고민이 많습니다. 어떤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 우리 회사에 어떤 제도가 효과가 있을지, 일이나 성과 또는 조직문화에 부작용을 가져오지는 않을지, 도입하고 나면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는지 등등 문제는 많은데 답은 없는 느낌입니다. 어디 뾰쪽한 답이 없을까요?
우선 유연 근무라는 것은 무언가 정해진 결과나 목적이 아니라 과정과 상호작용이라는 본질적 속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즉, 유연근무제는 사회·문화적 또는 인구통계적인 변화를 맞추려는 법적·정책적 요구를 기업에 적용해 가는 과정이며, 동시에 회사라는 사회 안에서 직접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유연 근무는 본질적으로 정해진 답이 있을 수 없으며 그 조직과 구성원의 상호작용으로 경쟁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연 근무를 설계하고 도입해야 할 때, 기업의 입장에서 인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유연 근무를 문화의 변화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일과 삶의 환경이 변화했습니다. 일은 물리적인 양으로 측정하는 것이 의미 없어지고 결과물의 퀄리티가 중요하게 되었고,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공원에서 일할 수도 있고 회사 사무실에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유연 근무를 제도로 완성하여 이를 직원들을 관리하고 규율하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은 이제 어찌 보면 의미 없는 일 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사회적으로 또한 기술적으로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직업 사회에 들어오면서 이에 맞추어 가는 제도로 인식해야 합니다. 즉, 유연근무제도를 일과 직원을 관리하는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변화된 환경에 맞게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시스템으로 보아야 합니다.
둘째, 기업의 목표 또는 전략과 맞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기업과 사업에서 유연 근무가 좋을 수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같이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이고, 기업의 산출물이 퀄리티 보다 양적인 측면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즉, 여러 가지 측면을 보고 유연 근무가 적합한지를 따져 봐야 합니다. 사업이나 조직의 특성상 유연 근무가 맞지 않는데, 근무시간의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또는 남들이 한다고 해서 도입하는 것은 그로 인한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연근무제가 기업에 적합한 경우라도 그 도입으로 인한 효과와 영향을 보다 세밀하게 기업의 목표, 전략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확보가 향후 목표 달성의 핵심사항 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타겟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것인지, 관련 제도를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설계할 것인지 등 제도 운영의 요소들을 추진 전략에 맞게 설정하고 조정하면서 운영해 나가는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 직무 자체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역사가 있는 조직의 경우에는 회사의 시스템과 관행에 의해 직무가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새로 시작하는 조직의 경우에는 사람 개개인에 따라 업무가 설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유연근무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현재 구분되어 수행되고 있는 업무들을 조정의 관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사회적 상호작용의 관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거나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동료와 사회적 교류를 하고, 좋은 상사를 만나서 일을 배우고, 후배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역량과 책임을 인지하고 발전시키는 등 직장생활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한 매개입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니와 유연 근무가 개별적으로 일하는 것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근무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직원간 상호작용을 어떻게 유지 또는 다른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여 그 방법을 유연근무제도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미 Flexible work가 보편화된 곳에서도 이러한 고민은 계속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얼마나 구성원들 간의 대면 접촉 기회를 가져야 하는지, 원격 근무자를 위해 기술적인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관리자들의 관리 업무에 대한 개념과 방법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업무 지시나 보고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등 많은 실무적 과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연 근무는 계속됩니다. 이미 사회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대안을 찾는 것보다 어떻게 잘 운영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유연 근무는 이제 시작입니다. 없는 정답을 찾기보다 프랙티스의 과정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입니다.
[관련 글: https://www.insidehr.com.au/how-to-design-flexible-work-that-drives-competitive-advantage/ ]
* 이 글은 발행된 원문을 참고하여 작성자의 개인적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거나 원문 기고자 또는 독자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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